바하 파르티타 1번 B flat 장조 BWV. 825

바하 파르티타 1번 B flat 장조 BWV. 825

Bach Partita N.1 B flat Major BWV. 825


00:00 - Prelude

02:28 - Allemande

06:38 - Courante

09:42 - Sarabande

15:20 - Menuet I & II

17:49 - Gigue


바하의 곡을 연습할 때 개인적으로 신기한 점은 아무리 반복연습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피아노연습을 하면서 간혹 느끼는 슬픈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곡을 처음 발견하고 그 곡에 너무나도 매료되어 ‘이 곡을 반드시 열심히 연습해서 마스터하여 내 레퍼토리로 만들어야지’라는 열망에 곡의 연습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곡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수 없는 반복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곡에 대한 초심이 사라지고, 너무나도 곡에 대한 인상이 일상적으로 무뎌져서 더 이상 그 곡에 매료되어 있지 않은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질린다는 느낌까지는 아니겠지만, 악보를 분석하고 기교를 익히느라 시간을 쏟다 보면, 뭔가 곡에 처음 빠져들었던 마법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서서히 타들어가 밑둥만 남는 향초의 모습을 보는듯한 아쉬움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인데, 젊은 시절의 연애감정과도 비슷하죠? 


그런데 바하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바하가 음악을 통해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토대자체가 타 자곡가들과는 전혀 다르다는데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추상적이고 악기초월적인 바하음악의 논리, 균형과 조화가 선사하는 쾌감은 신기하게도 물이나 공기처럼 늘 신선하고, 늘 필요하며, 너무 당연한 듯 싶지만, 그와 동시에 늘 가장 도달하기 어렵고 인공으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어떤 초월적인 경지의 무엇인데, 희안하게도 그 결과물은 또 너무나도 인간적인 감동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힙니다. 인간세상을 긍휼히 내려다 보시는 신의 눈길같다고나 할까요?


이 파르티타 1번은 지금으로부터 한 5~6년 전 그 때까지 인생 통틀어 가장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 던 저로 하여금, 안정제 먹듯 매일매일 차분히 피아노 앞에 앉게 해준 고마운 레퍼토리입니다. 오랜만에 이 녹음을 다시 들어보니 그 때를 침착하게 넘겨내려는 저 스스로의 노력이 새삼 기억나네요. 녹음도 그 때 남긴 것이라 아주 침착하고 느릿합니다. 업로드해서 공유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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