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아카이브K 선곡리스트] 오래 전 그날

고생스러웠던 아카이브K의 제작과정 중 건져낸 의미있는 성과 중의 하나는 작사가 박주연에 대한 재조명이었다. 작사가 김이나, 작곡가 김형석과 주영훈, 가수 임창정, 성시경, 변진섭 등등 수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던 중요한 대중음악사상의 중요한 한 페이지인 작사가 박주연, 처음에는 한국형 발라드를 설명하는 데에 동원될 레퍼런스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결국 한 챕터를 그녀에게 오롯이 할애하게 되었고, 그럴 수 있었음이 참 보람됌으로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일상들을 성실히 기록해 놓은 자신의 일기의 글귀 속에서 수많은 명작들을 뽑아내었던 그녀의 작법은, 스타일과 즉각적 임팩트에 목숨을 거는 작금의 작사 트랜드 안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노래가사가 단순히 감각적인 소리와 메시지이기 전에 정서에 호소하며 회화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내던 시절을 기억하는 일은 의미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부지런하고 프로페셔널 했던 천재 작사가 박주연님과의 따뜻했던 인터뷰 순간을 기억해보며 ‘오래 전 그날’을 연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