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피아노 3시간 연속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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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딱 석 달, 프로의 신분으로 피아노를 친 경험이 있다. 피아노를 쳐서 돈을 벌어 본 적이 있단 이야기이다. 대학교 3학년때 학교 앞에 피아노가 있는 작은 무대를 가진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약간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행동을 했다. 무작정 그 카페에 찾아가 주인장을 찾아 피아노 연주자를 고용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본 것이다. 보통 A4용지에 인쇄하거나 a매직으로 대충 휘갈겨 쓴 ‘연주자구함’ 같은 채용공고를 입구에 붙은 것을 보고 들어가 물어보는 것이 응당의 절차인데, 지금 생각해도 무슨 용가리 통뼈로 그런 해괴한 즉흥적 결심을 했었는지 그 때의 내 마음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아마 과외 알바, 중고등학교 영어학원교사 알바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기억으로도 그 두 가지 알바를 병행하면서 페이가 꽤 쌨었던 것 같은데 미친거지..) 룸펜 같은 희미한 아우라를 내뿜던 그 카페의 사장은 내가 연주하는 곡을 몇 곡 듣더니, 죽은 놈의 입김 같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뜬금없는 나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도 그날은 되게 비현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같다.


나는 주3일 2시간 정도 8시에서 10시까지 그 작은 무대의 업라이트 피아노를 주구장창 연주했다. 그 분위기에서 클래식을 연주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요나 팝, 재즈, 영화음악, 그리고 그 당시에만 존재했던 장르 ‘세미-클래식’을 주크박스마냥 연주해댔다. 페이는 많지도 적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한 달 정도가 지나니 내가 피아노 칠 때 자주 오는 손님들의 얼굴이 기억되기 시작했고, 피아노 위 오른쪽에 사장이 배려해 갖다 놓은 초대형 와인 잔엔 팁도 흥미로운 수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님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자꾸 맥주잔이 무대 위로 건너왔는데 그건 참 곤혹스러웠다. 쓸데없이 술은 쎄서 맥주가지고 취하지도 않긴한데, 술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피아노 치다 말고 자꾸 화장실에 가게 되는 게 여간 귀찮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연주자의 생명은 레퍼토리의 사이즈이다. 말이 2시간이지 일주일에 그렇게 6시간을 논스톱으로 피아노로 주크박싱을 해대려면 머리 속에 백 곡이 넘게 있어야 가능하다. 다행이 당시 암보와 청음이 밥먹는 거 보다 더 쉬운 나이였어서, 나는 악보가 아닌 제목만 쭉 정리해놓은 엑셀표를 인쇄한 A4용지 몇 장만을 보면대에 올려다 놓고 랜덤으로 순서를 섞어가면서 쳤다. 곡들은 다 외워서 줄줄 치는데, 빨리빨리 끊기지 않고 연주를 이으려면 다음에 뭘 칠 지가 바로 바로 떠올라야 하는데, 그게 오히려 어려웠다. 그래서 제목들만 쭉 뽑아갔던 것이다. 신청곡도 간혹 들어왔는데 아는 곡이면 바로 쳐줬고, 모르는 곡이면 모르는 곡이라고 즉석 퇴짜를 놨던 기억이다. (역시 싸가지 없는 알바생이었던 것 같다)


그 경험은 피아노를 직업으로 치게 되면, 음악을 업으로 삼으면 내게 들이닥칠 수 있는 현실에 대해서 아주 아주 조금이나마 힌트를 줬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아마추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리고 아마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으리라. 내 인생에서 석 달을 제외하면 가보지 않은 길이라 ‘음악인이 되었으면 고달펐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피아노가, 음악이 싫어졌을 수도 있어’하는 쓸데없는 가정법을 쓰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렇게 섣불리 그 길에 대해 ‘신포도’악담을 퍼붓기엔 음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석 달의 경험은 나로 하여금 그 프로의 길이라는 엄중한 무게를 희미하게나마 엿볼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어떤 날 밤은 내가 뭘 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던 적도 있었다. 즐겁지 않았다는 증거다.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는 증거. 나는 시간을 쥐어짜서라도 피아노 앞에 앉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그게 프로도 아닌 겨우 ’알바’라는 차원으로만 다가와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강제로 2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집에서 내가 마스터하고 싶은 곡을 연주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알게 되면서 ‘어~어~ 이게 아닌데…’ 하던 석 달이 지날 무렵 사장이 가게를 닫는다고 선언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난 후 그 룸펜의 창백한 얼굴을 한 사장은 그 품새와 어울리지도 않는 노래방(노래방에서 테이프로 녹음해주는 게 유행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던 것 같다)으로 업종을 바꿔 지상 입구까지 시끄럽게 소리가 삐져나오는 요란한 영업을 같은 자리에서 재개했다. 그때가 오늘처럼 국지성 호우가 많던 초복이 중복사이의 어느 여름날이었던 기억이다. 그 때의 날씨와 오늘의 날씨가 너무 비슷해서인지 오랜만에 건반 앞에 앉아 그 소싯적 석달배기 프로커리어의 레퍼토리들을 하루 종일 내 손에서 꺼내본다. 어려서 배워놓은 자전거처럼 금새 내 양손이 그 엑셀페이퍼 위 레퍼토리들을 뇌리에서 소팅해낸다. 신기하다. Muscle Memory라고 하였던가. 악기나 운동은 뇌보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다. 음악인이 되지는 못하고 음악프로만 주구장창 만들어대는 피디가 된 내 팔자는 ‘못 가본 길에 대한 미련의 발로’인가? 아니면 ‘운명을 우회하는 차선, 혹은 B안같은 삶인가?’ 별 쓸데없는 답 없을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중에도 손가락은 알아서 돌아가니 내 손은 고맙고 내 뇌는 한심하다. 오늘 연주한 8~90년대 올드팝들 중에 열 댓 곡을 노동요 혹은 수면 음악용 영상포맷으로 만들어 업데이트 해본다. 눅눅하니 에어컨 이빠이 돌려놓고 틀어놓으시면 노곤한 낮잠섞인 아타락시아를 느끼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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