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pin Etude 25-7 C sharp minor ‘Cello’ 쇼팽 에튀드 25-7 C# 단조 ‘첼로’

인기 많은 쇼팽 에튀드 ‘혁명 op.10-12’이 왼손을 위한 테크닉을 위한 연습곡이라면, 이 곡은 왼손의 표현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피아니스트의 왼손은 ‘반주’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래는 늘 오른손의 몫이죠. 왼손은 오케스트라이고 오른손인 가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간혹 이 역할이 반대로 뒤집어 지는 경우가 간혹 등장합니다. 이 곡은 일단 그런 순간을 위한 연습입니다. 시종일관 멜로디의 주도권을 왼손이 잡고 끝까지 내러티브를 끌고 갑니다. 그러다 보니 주 멜로디로 사용되는 음역대가 첼로의 것과 비슷한 저음역대여서 ‘첼로’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간혹 실제로 첼로와 피아노의 2중주로 편곡된 버전이 연주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쇼팽의 연습곡 중 제가 제일로 치는 곡은 ‘겨울바람’도 아니요 ‘흑건’도 아니요 ‘추격’도 아닌 바로 이 곡입니다. 학습적인 효과의 유용성을 떠나 쇼팽이라는 작곡가가 만들어낸 음악적 표현력과 소품 구성력의 끝을 보여주며 극단의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이런 곡들을 통해 어떻게 쇼팽의 작품들이 피아노 작품군이라는 좁은 범주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 사실이 전혀 장벽이 되지 않은채 서양음악사상 최고봉의 자리에 올라 불멸의 인기를 누릴 수 있는지가 증명 됩니다. ‘피아노 독주곡 중에선 완성도가 높다’라는 식의 한정적인 칭찬으로 이런 쇼팽의 소품의 위대함을 좁혀 칭찬할 수 없음입니다. 이런 쇼팽의 작은 보석이 베토벤이나 말러의 장대한 건축물에 비교해 가치가 전혀 밀리지 않는 것입니다.

  

조성의 진행도 낯설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뻔하지 않고, 무엇보다 멜로디의 진행으로 만들어나가는 작은 비극드라마의 완성도가 오 헨리의 단편에 버금하게 치밀합니다. 이런 경지를 ‘연습곡’이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작은 형식 안에서 이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왜 그리 아직도 쇼팽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인 것 같습니다. 느린 박자이고 얼핏 들으면 녹턴풍이라 ‘혁명’보다 쉽게 쳐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손을 대보면 이게 연습시간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저에게는 낭만주의 소품의 유토피아 같은 상징으로 존재하는 곡이라 일찍이 연습해서 녹음해 둔 기억이 나네요. 부족한 연주이지만 업로드 해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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