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어린이를 위한 앨범 중에서 R.Schumann ‘Album for the young’

대가들이 간혹 ‘어린이의 정서’ 속에서 작품을 완성시키려는 시도를 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아예 피아노공부를 시작한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용 교재로 음악을 써야 할 때, 다른 하나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정서를 담고자 할 때, 오히려 단순한 구조와 표현 속에서 가장 투명한 감동을 찾으려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슈만의 경우 후자는 저 유명한 ‘어린이 정경’입니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정서를 그린 소품의 연작이지, 이것을 어린아이들의 교재로 사용하기에는 난이도가 높고 표현도 복잡합니다. 오늘 올려드리는 ‘어린이를 위한 앨범’은 철저히 전자입니다. 하지만 슈만이라는 천재가 뭔가를 남겼는데 그것이 실용적인 목적만으로 점철되어있을 리(마치 하농이나 체르니처럼) 만무합니다. 마치 이것은 ‘어린이 정경’을 착수하기 전 습작으로 스케치 해본 크로키들 같습니다.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나 라벨의 ‘엄마 거위’를 요즘 많이 듣는데 아마 머리가 최근 복잡 복잡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천재들은 가끔 ‘어린이’라는 소재의 바운더리를 의도적으로 설정하고 그 나름만의 감동을, 어쩌면 대곡의 비장함과 비견될만한 가치들을 비범하게 포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때 순수했었기 때문에 그 의도는 참 때에 따라 감동적으로 성공하기도 합니다. 생떽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통해 그런 가치를 문학을 통해 이뤄낸 것처럼 말입니다. 많이 유명한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교육용으로 더러 쓰이고 있고 ‘즐거운 농부’는 그나마 유명세를 타는 편입니다. 진짜 오래된 녹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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