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소나타 2번 (op.35) 중에서 3악장 ‘장송 행진곡’

이 소나타는 아직 손을 대보지는 못했습니다. 단 3악장인 ‘장송 행진곡’은 워낙 유명한대다가 각종 버전의 피아노 명곡집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터라 어려서부터 만져보긴 했습니다. 어린 저는 이 곡이 주는 침울한 무게감에 ‘죽음’에 대한 낭만주의적인 상념이 무엇인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체, ‘피아노를 잘 치려면 ‘손이 되게 커야 하는구나’하는 사실만이 크게 다가 왔었던 기억입니다. 대부분이 어린 손으로 치기는 어려운 8도 옥타브에 심지어 펼친 10에도 아르페지오 표기가 없으니 그런 생각을 할 만했죠…


성인이 되면서 8도까지는 무난히, 9도는 살 떨리게, 그리고 10도부터는 무조건 아르페지오를 해야하는 이른바 손이 평균적으로도 그다지 크지는 않은 피아노 아마추어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라흐마니노프나 리스트는 악보만 봐도 스트레스가 밀려옵니다. 역시 그다지 손이 크지 않았다던 쇼팽마저 이런 넓은 화음을 이용해 죽음의 순간을 그리려 했던 것은, 주검을 옮기는 남은 자들의 황망한 마음을 포착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 녹음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것도 나오네요…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골프가 무리수였는지 손가락 컨디션이 안 좋아서 요즘 녹음이 좀 뜸합니다. 조만간 조율도 하고 그간 연습한 곡들도 녹음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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