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누나 제1강] "악보 읽는 방법 다 까먹었어요. 어쩌죠" - 초견 능력 향상에 대하여 (왕초보용)

안녕. 마피아에 들어오면 음대 재학 시절, 엄청난 학비에 허덕이면서 레슨을 무지하게 뛰었던 기억이 나. (아련...) 그 때 이 사람, 저 사람, 학생부터 아재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셀 수 없이 많은 강의를 했었는데, 뻘쭘하고 쑥쓰러운 레슨 첫 시간!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게 했던 말이 있어. 베스트를 꼽아보자.


3위,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서 손등을 자로 맞았어요. 졸라 가기 싫었어요."

2위, "체르니 __번까지는 쳤었는데..."

1위, "악보 어떻게 보는지 다 까먹었어요."


맞아. 나 레슨할 때 "저..."라고 시작하면 무슨 말 할지 대충 알겠더라. 진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보를 볼 줄 모른대. 자꾸 헷갈린대. 악보만 봐도 막 구역질이 난다는 사람도 있었어. 내 경우에도 정규 음악교육을 받기 전까지 악보 보는게 너무 싫은거야. 그래서 CD 사서 듣고 달달 외워서 쳤었거든. 재밌자고 시작한 피아노 연주인데... 악보의 장벽, 분명히 있다니까. 그래서 간단하게 내가 그동안 처방해줬던 여러 솔루션들을 공유하고 싶어. 


1. 악보를 읽는 법.

얼마 전에 누가 묻더라고. 왜 오른손 도 자리와 왼손 도 자리가 다르냐고. 개념 자체를 정리해보자면 사실 이래. 


내가 발토샵으로 그림... 피날레 박자표 없애는 방법 까먹었다... 


위에서부터 소리내어 읽어보자. 도-시-라-솔-파-미-레... 그리고 '가상의 실선' 도! 위의 높은음자리표가 붙어있는 오선과 낮은음자리표가 붙어있는 오선 사이에 가상의 실선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다시 내려와요. 도-시-라-솔-파-미-레-도. 완전 쉽지. 이것마저 모르는 사람 너무 많아. 


또 한가지 음악이론 말해주자면, 높은음자리표는 사실 "G 클래프"라고 말하거든. 낮은음자리표는 "F 클래프"라고도 하고. 무슨 뜻이냐면 저 모양을 그리기 위해 시작하는 시작점이 "G" 즉, 솔의 자리라는 거고. 시작점이 "F" 즉, 파의 자리라고 알려주는거지.


음악 역사적으로 어떻고 저떻고 해도 우리는 일단 우선 악보부터 읽으면 되잖아. 그치. 이해가나? 우리 마피아들에게는 너무 쉽나?


2. 부끄러워하지 말고 모르면 용감하게! 

무식하면 용감이라도 해야지. 자꾸 왼손이 헷갈려. 그러면 써. 한글로 또박또박! 물론 정 필요하다 싶은 구간에만. 어떤 분은 내가 그냥 자꾸 헷갈려서 틀리지말고 모르겠으면 쓰세요, 라고 했더니 한 악보 8장인가? 그걸 음표 하나 하나 다 적어오셨더라고ㅋㅋㅋ


참 성실하신 분이시긴 했어...


물론 이렇게 하라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게 악보를 보는게 어려워서 피아노 연주 중도 포기할 바에야 완벽하게 외워서 한곡 완성하기라도 하자는 거야. 


3. 이도저도 귀찮다. 나는 거꾸로 할랜다.

좋아. 위에서 말했듯이 각자의 방법이 있는거지. 나도 악보 보기 싫어서 CD 달달 외워서 치고 그랬다니까. 그런 것처럼 너무 귀에 익숙한 나의 곡을 외워서 연습하는 마피아들도 있을거야. 그럼 거꾸로, 다 아는 이곡 악보를 보는거야. 그야말로 책 읽듯이 "읽어".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또 악보 보는 것이 크게 어려워지지 않는 순간이 올거야. 왜 영어도 첨엔 뭔 말인지 하나도 몰라도 어느 순간되면 귀가 뚫린다며. (뻥쟁이들아 미드 시즌 두 번 돌려도 안되더라 OTL... 재밌게 잘만 봤다.) 여튼 영어보다 악보 읽는게 더 쉽다에 내 왼손 걸게. 


4. 나는 정도(바른 길)만을 걷는 FM이다. 

사실 앞서 말했던 방법은 그저 흥미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던 곡을 연주하는 방법이라면 (주로 권장했음. 그 땐 약을 팔았지.) 지금의 방법은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피아노 교육 프로그램이야. 뭐냐면 엉 그거 맞아. 바이엘. 바이엘 치자고 하면 "아 쌤 어떻게 그렇게 저를 무시하냐"고 하시던 분들. 바이엘 30번대만 지나가도 버벅거리심. 그 분들 꼭 이런 말 하시지. "옛날에는 바이엘 날라다니고 씹어먹었던 것 같은데, 와~ 생각보다 어렵네요. 나라는 어린이, 대단했다." 


바이엘, 작곡가 사람 이름인거 알고 있었어? 여튼 바이엘이란 사람이 만든 피아노 교본이야. 나는 다 커서 레슨 프로그램 짜면서 바이엘 다시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괜찮아. 뭐 적잖이 고민해서 썼겠지. 바이엘 아저씨가. (체르니에 대해서는 부정적임) 그래서 바이엘 1번 '도레도레도레도레 도~'부터 쭉쭉 치다보면 어느 순간 악보 따위 훗- 하는 그 날이 오긴 올거야. 

서점 가니까 요즘 바이엘 종류도 겁나게 많더라. 출판사들 다 돈 벌어야 하니까. 괜히 인터넷으로 '어린이 바이엘' 사지말고 그냥 심플한거 한권 사서 구비해놔. 나는 세광출판사꺼 이거 노랭이 좋더라. 노란거 귀여워.




근데 또 우리 마피아 친구들은 '악보'에 대한 열정있는 친구들이잖아. 친절하게 무료 악보 걸어줄게. 나는 그 때 아이패드 사서 그냥 이거 pdf 파일 열어놓고 레슨했다. 나 신세대니까. (아이패드1 시절이었다는 것은 너와 나의 비밀이야) 우리의 사랑 마피아, 그리고 둘째 사랑 임슬프. 

http://imslp.org/wiki/Vorschule_im_Klavierspiel,_Op.101_(Beyer,_Ferdinand)



사실 음대생, 음악 전공자들도 저기 악보 하늘 꼭대기까지 솟아있거나 땅으로 꺼진 '지네'같은 아이들 보려면 마음 속으로 열심히 센다고. 왜냐면 자주 쓰이는 음표 아니니까. 




이런거 보면 전공자도 발암 걸린다고... 그 말은 무슨 말이냐. 


초견 실력이 늘고싶다면 결국 많이 보고 많이 쳐서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다, 는 것이얌. 이만큼 나이 먹으니까 느끼는 것은 결국 세상살이에 왕도가 없더라고. 우리 아빠는 내게 "지름길만 알려주고 싶다"고 했는데 꼭 지름길이 좋은 것만도 아니고 그렇더라. 갑자기 감성 터졌네. 새벽 4시라 그래. 


혹시 이 내용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다른 내용의 질문이 있다면 댓글 달아줘. 담엔 그거 써볼게. 재밌네. 다음 레슨생에게는 그냥 마피아 url이나 보내줘야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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