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노잼이었던) 시대별 스타일 탐구가 끝나고
조금이나마 시대별 스타일에 익숙해지시고 플레이리스트에 곡이 조금 올라갔다면,
이제 또다른 피아노의 재미, 피아니스트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곡의 느낌을 캐치하는 시간입니다.
대중가요에서도 아티스트에 따라 똑같은 곡이 다르게 편곡되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죠.
위에서 아래 순으로
맨 위의 원곡 (김현철),
울랄라세션의 색깔의 달의 몰락,
나는 가수다에서 조관우가 부른 달의 몰락입니다.
같은 곡인데도 아티스트의 색깔이 너무 잘 드러나있지 않나요?
역시 원곡, 버스커버스커, 요조의 커버 순으로 정렬해보았는데요.
같은 곡이지만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다른 색깔로 나타내어집니다 :)
신기한 것은, 피아노음악도 치는 피아니스트별로 색깔이 조금씩 다르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물론 정해진 악보의 지시사항이 있고, 클래식이라는 장르이다 보니 크로스오버처럼 아예 장르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이상
위에 예시로 들었떤 곡들처럼 뚜렷하게 확 느끼기엔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곡인데, 피아니스트에 따라 다른 강약, 스피드, 터치로 치는 것을 아시고 그 차이를 느끼신다면 듣는 데 더 도움이 되고 재밌으실 겁니다.
그런 점에서 피아노는 굉장히 섬세한 악기인 것 같아요.
작은 터치 하나와 박자 하나의 차이가 많은 느낌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거든요.
곡을 들으시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똑같은 곡을 자주 들으면서 비교해야하기 때문에, 짧은 곡으로 선곡했습니다.
선곡한 곡은 쇼팽의 에튀드 Op.25 - 9번, '나비'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곡입니다.
피아니스트로는 가장 정석적인 연주를 보여준다는 마우리치오 폴리니씨의 연주를 가져왔습니다.
9초까지 주제를 연주하고, 18초까지 주제를 전개시키고, 27초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키다가
다시 주제를 반복시키면서 클라이막스 (35초부터)를 터트리고 정리한는 형식의 곡인데요.
다른 작곡가는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한번 살펴보시겠습니다.
정말 훌륭한 링크가 있어서 옮겨봅니다. 11명의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친 것을 모은 링크입니다.
Daniil Trifonov 00:06
Samson François 01:03
Boris Berezovsky 02:07
Stanislav Bunin 03:05
Lang Lang 04:17
Jan Lisiecki 05:16
Grigory Sokolov 06:11
Lukas Geniušas 07:08
György Cziffra 08:16
Vladimir Ashkenazy 09:13
Valentina Lisitsa 10:09
연주자 옆에 시간을 클릭하시면 그 연주자의 연주로 이동합니다.
굵은 표시의 연주자들은 좋다는 해석이 아니라, 정말 개성이 뚜렷한 연주를 굵은표시로 해놨습니다.
주관적이지만 이해를 조금이나마 돕고자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붙입니다.
베레조프스키 : 클라이막스 전까지 연한 나비였다가 갑자기 나방으로 변신.
부닌 : 전개부터 급작스럽게 느려지는 날갯짓.
랑랑 : 페달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드라이한 터치. 리시차의 연주와 상당히 대비되네요.
치프라 : 치프라스러운 연주네요. 음...정말 뚜렷한 왼손 화음의 악센트(라기보다는 다 포르티시모화)가 돋보입니다. 전개부터 갑자기 나비가 화나네요.
자, 또 다른 해석을 보기 위해 다른 곡을 가져왔습니다. 쇼팽 에튀드 Op.10 -4, 추격이란 부제의 곡입니다.
Lukas Geniušas 00:06Samson François 04:17Valentina Lisitsa 06:24Vladimir Ashkenazy 12:09Hiroko Nakamura 14:12역시 괄목할 만한 해석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굵은표시했습니다. (호불호는 사람마다 갈립니다!)
역시 개인적인 감상평을 붙인다면...
베레조프스키 : 그답지 않은 절제되고, 강약조절의 폭이 매우 넓은 연주이네요. (왠일로 떄려부수는 연주를 안하지)
부닌 : 정석적으로 흘러가다 흐름을 아주 살짝살짝 바꾸는 박자조절이 돋보이네요.
치프라 : ??????????곡이 바뀐것같은데??????
...이렇게 피아니스트에 따라 달라지는 곡의 느낌을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피아니스트가 옳고 어떤 피아니스트가 잘못되었고 이런 건 없습니다. 개인의 연주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를 타는 피아니스트는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이런 피아니스트를 놔두고 M모 사이트에서 피아노 MR로 틀어주는 음원을 들으시는건 조금 가슴이 아픕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