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피아노나 코드반주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지요!
하지만 재즈나 코드반주를 수월하게 하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악보가 없다'라는 것. 그리고 설령 악보를 구해서 친다고 해도 절대 악보같은 느낌이 안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악보에 악상 기호를 비롯해 많은 것을 제시하는 클래식에 비해, 재즈 악보는 너무나도 불친절하거든요.
그래서 재즈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우선, 재즈피아노를 시작하기 위해선 체르니 100번대의 악보 정도는 수월하게 볼 수 있을정도면 됩니다. (입시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최소한 쇼팽 에튀드나 베토벤 소나타 정도는 칠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주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어요. 시작하기 위해 독보력과 어느정도 테크닉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거죠. 한글을 읽는 방법은 알아야 하는거니까요.
2. 그리고 가급적이면 재즈피아노 자체를 익히기 전에 가요 반주를 먼저 익히고 들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재즈피아노 보이싱은 쉽지 않습니다.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요! 오래 친 사람들은 머리 속으로 자연스럽게 계산이 착착 나오고 손에 익은 보이싱들이 바로 튀어나오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코드를 잡는데 한참 계산을 해야합니다.
특히 여기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왼손에서 보이싱을 잡을때 베이스 음을 제외하고 비화성음을 넣는 플레이, 이른바 컴핑을 하는 것입니다. 클래식을 하면 왼손이 아르페지오나 화음을 누르는데 익숙해져 있지만 이 컴핑은 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다르고, 분명히 C코드를 누르는데 구성음에 C가 없는 괴이한 (...) 사운드를 듣게 됩니다. 따라서 가요 반주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계산을 요구합니다.
클래식,뉴에이지 -> F 코드네? 파라도를 눌러야지!
재즈피아노 -> F 코드네? F 코드의 3,7음인 미와 라를 잡고, 9th 텐션인 솔과 13th 텐션인 레를 넣어서 미솔라레로 보이싱을 잡아야겠네!
저런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는거죠. 물론 보이싱이 정리된 형태가 있긴 하지만, 항상 그것만 쓰는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머리속으로 계산을 빠르게 해야합니다.
이전에 작업한 고향의 봄 악보에서, 동그라미 쳐진 부분이 바로 컴핑입니다.이 경우는 왼손이 베이스를 치고 컴핑을 잡으며 바쁘게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난이도는 한없이 올라갑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 컴핑을 양손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따라서, 가요 코드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즈 코드를 들어간다고 하면 높은 확률로 초반에 포기하게 됩니다. 적어도 가요집을 잡고 코드를 연주할때 막히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재즈피아노에 입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재즈피아노는 리듬이 가장 중요합니다.
클래식을 하다가 온 학생들이 재즈피아노로 넘어왔을때 가장 적응을 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리듬에 대한 것입니다.
리듬이 없는 것처럼 들리는 재즈 발라드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일정하게 가지고 가는 흐름, Groove라는 것이 있습니다. Rubato를 중심으로 한 악상 표현을 중요시 하는 클래식과는 다르게 재즈는 일정한 템포를 계속 가지고 가면서 특유의 통통 튀는 듯한 리듬을 유지합니다.
특히 자세히 들어보면, 재즈 플레이어들의 연주에는 뒷 강세가 들어갑니다. 흔히 투-포라고 하는데, 강 약 중강 약으로 대표되는 강세가 아니라 2,4박에만 강세가 들어가고, 매 박마다도 아래 악보와 같은 강세가 나타납니다.
이런 부분은, 오스카 피터슨 같은 정통 재즈 아티스트들의 음악 (특히 Night Train 같은, 블루스 느낌이 강한 앨범)을 들어보며 그 재즈 특유의 뉘앙스가 어떤 것인지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악보를 쳐도 절대 같은 느낌을 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리듬 때문이에요. 재즈 연주자들마다 다른 강세와 리듬을 가지고 가는데, 이게 없는 상태로 연주를 하면 곡이 밋밋해지고 재즈스러운 느낌이 아예 나질 않게 되지요. 악보를 보고 칠 때엔, 원곡을 들으며 어떻게 연주되었는지를 계속 참고해야합니다. 정확한 악보를 쳤는데도 느낌이 안난다면 그건 리듬 문제일 확률이 큽니다.
따라서 재즈를 시작하기 전엔 어떤 것이 재즈스러운 리듬인지 귀로 충분히 익혀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튜브에 있는 Swing Loop나, I real B 같은 앱에 있는 MR들을 들어보면서 연주를 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말 리듬감이 좋으면 복잡한 화성이나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아도 재즈 느낌을 낼 수 있어요.
4.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둡시다.
여러분들이 재즈피아노에서 원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로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을 똑같이 치고 싶은 '카피'.
두번째로 직접 리얼북 같은 악보를 가지고 즉흥연주를 하고 싶은 '플레이'.
세번째로 기존의 곡들을 재즈로 연주하고 싶은 '편곡'.
물론 두가지를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나중에는 결국 두가지 모두 잘 해야하지만. 카피로 가고 싶다면 리듬과 테크닉을 익히는 쪽을 우선적으로 해야합니다. 클래식 전공자들이 악보를 잘 봐도, 재즈로 넘어왔을때 연주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때문이거든요.
직접 즉흥연주를 하는 플레이의 경우, 리듬 연습은 기본이고, 즉흥 연주에 사용되는 각종 스케일과 코드의 구성음을 확실하게 익혀야 합니다. 양손으로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을만큼요. 코드만 가지고 즉흥연주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어렵고 센스가 필요한 부분이지요.
그리고 편곡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재즈 화성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재즈 화성학은 클래식 화성학과는 다르게 복잡한 규칙이 없고, 기존에 있는 곡을 새롭게 화성을 짜고 연주하는 리하모니 (Reharmony)를 목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학원에서 화성학 수업을 들으면 문제 풀이 위주로 가게 되지만, 재즈 피아노에 관심이 있고, 재해석을 목적으로 한다면 리하모니에 관련된 교재를 구매해서 함께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재즈화성학에 대한 공부와는 별개로 리하모니에 대한 공부를 해야합니다.
코드를 아는데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코드를 적용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연습을 해야해요. 특히 리하모니를 하면서 화성을 새로 짜고, 리듬을 바꾸고, 연주를 직접 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나가다 보면 점차 재즈적인 색채를 내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카피를 하고 싶은 경우 -> 리듬, 테크닉 위주의 연습
즉흥연주를 하고 싶은 경우 -> 리듬, 스케일, 코드톤 위주의 연습
편곡을 하고 싶은 경우 -> 화성학과 리하모니에 대한 분석과 공부
물론 세가지는 독립되어있는 것이 아니고, 다 이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재즈피아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다 잘해야 하구요 (...) 하지만 그 이전에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알아두고 시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가고,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재즈피아노를 하고싶다고 이론'만'배우고, 즉흥연주를 하고싶다고 스케일'만' 배우는 방식으로는 연주를 할 수 없어요. 된다고 해도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구요. 본인이 좋아하는 부분에서 차근차근 만들어가면서 분석해보고, 관심이 생기는 나머지 부분들을 찾아봅시다.
개인적으로는 화성학과 리하모니에 대한 공부를 한 뒤 -> 카피에 대한 공부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늘리고 -> 그 아이디어들을 즉흥연주에 활용하는 방식의 접근을 추천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초반 부분의 손 모양이나 재즈의 터치 등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레슨을 받고 접근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모범적인 연주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설명을 해줄 사람이 분명히 필요하거든요. 좋은 교재와 악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좋은 연주를 듣는 것도 중요한만큼 악보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가져봅시다~.~
이외에도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덧글 남겨주시면 답변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