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음악을 듣고 따라치고, 화려하게 편곡까지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수가 없습니다. 특히 저도 귀가 정말 안좋은 편이거든요. 어렸을때부터 절대음감을 가진 친구들 보면서 속도 타고 저도 해보고 싶은데 답답하고 하여튼 그랬었어요.
자, 그러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예전에 알파고와 이세돌씨의 바둑 대결이 화제가 되었었지요?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이라면서.
그런데, 여기에서 이세돌씨같은 프로 기사들은, 자신이 둔 바둑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외워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요. 보통 바둑을 한 경기 두면 돌을 200개정도 두게 되니, 그 흰돌과 검은돌 200개의 순서를 완전히 외워버린거죠.
여기에서 재미있는건, 이런 일류급 기사라 해도 무작위로 놓여진 흰 돌과 검은 돌을 외우지는 못한다는겁니다. 왜냐하면 머리 속에서 그 순서가 이어지지 않거든요!
원래는 '백이 여기에 둠 -> 흑이 이렇게 대응 -> 백은 이렇게 반격' 하는 순서를 외우는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면 이게 피아노와 무슨 상관일까요?
피아노에서 하는 청음 역시 마찬가지의 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오른손에서 도미솔로 이루어진 C 코드를 누르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렇게 되면, 왼손 반주에서도 도미솔이나, 그와 가까운 음이 나올 확률이 높겠지요! 적어도 C#이나, F# 같은 왼손 반주가 나올 일은 거의 없을거에요. C 코드란 것을 알게되는 것 만으로도, 왼손에서 나올 수 있는 음은 크게 좁혀집니다.
마찬가지로, C 코드가 나왔는데 그 다음에 F# 코드가 나올 확률이 높을까요? G 코드가 나올 확률이 높을까요? C 코드 안에 '솔'이 포함되어 있으니, 솔시레라는 구성음으로 이루어진 G 코드가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지겠지요 :)
사실, 청음을 하거나 편곡을 하는 사람들도 '음, 여긴 구성음이 밑에서부터 솔 시 레 파에 미와 라가 들리니까 G13 코드겠군!' 하는 식으로 음악을 듣진 않아요. 그건 엄청 힘들거든요.
대신 가장 낮은 음인 베이스와, 멜로디에서 나오는 가장 높은 음을 가지고 코드의 구성음을 추측해보는거죠!
가령, 위의 악보는 제가 얼마전에 업로드한 '울면 안돼'입니다.
첫 부분을 보면, 왼손은 미, 오른손은 솔과 도를 연주하고 있네요. 이걸 보면 C코드라는걸 쉽게 추측하는게 가능하죠.
설령 베이스가 잘 안들린다고 해도, 오른손에서 연주하는 음 자체가 C 코드의 구성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힌트는 쉽게 얻을 수 있어요.
특히 대중적이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추구하는 뉴에이지 등의 장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딪치거나 불협화음 같은 사운드를 낼 일이 거의 없습니다. 즉 코드의 구성음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적다는거지요.
하지만 보통 청음이 안되는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거의 100%죠.
"멜로디는 칠 수 있는데, 왼손을 잘 모르겠어."
결국은 코드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왼손에서 연주하는 가장 낮은 음, 즉 베이스를 듣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이런 연습을 할 때에는, 핸드폰 스피커보다 이어폰, 헤드폰처럼 정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게 좋아요!
지금까지는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를 가장 먼저 듣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베이스를 듣게 되면서부터는 어떤 골격 위에 구성음들이 쌓여 있고,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청음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화성학!
화성학 =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코드라는 것 자체가 대중들에게 음악을 보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만큼,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은 아니에요.
화성학은 쉽게 말해서 '어떤 코드 진행이 좋은가'에 대한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시를 한다거나 하면 아무래도 규칙이 엄격한 편이지만, 즐겁게 하려면 굳이 그정도로 하지 않아도 음악을 하는데엔 전혀 지장이 없어요.
만약 베이스가 도, 레, ○, 파라고 하면, ○ 안에는 미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코드도 일정한 규칙과 순서를 가지고 흘러갑니다. 앞에서 바둑 기사의 이야기를 꺼냈던 것처럼, '이 코드는 이 코드로 진행하겠다'라는 추측이 가능해지지요.
따라서, 정확한 음이 들리지 않더라도 이론상 나올 수 있는 구성음과 코드들을 넣다보면 우연히(?)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이건 점점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부분!
그래서 저같은 경우도 무조건 귀에 의존하기보단, 앞뒤 문맥과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해서 코드를 퍼즐처럼 맞춰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론에서 아예 벗어나버린 현대음악 같은 곡이 아니라면, 이런 방법으로 대부분 맞출 수 있답니다!
코드를 알아낸다면, 왼손은 그 코드에 맞춰 풀어낼 수 있으니 훨씬 수월해지겠지요 :)
화성학은 시중에 있는 경음악 편곡법이나, 일산오빠의 실용음악 기초이론 같은 책으로도 충분히 독학이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세줄 요약
1. 베이스를 듣고 코드의 구성음을 맞춘다
2. 앞뒤 문맥을 듣고 화성학을 통해 코드를 맞춘다
3. 귀가 좋지 않아도 멜로디를 따라칠 수 있을 정도면 충분!
본문에선 조금 두루뭉실하게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이외에 궁금한 부분들은 덧글 남겨주세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