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피아노 처음 구입하시는 분들을 위한 간단한 가이드입니다.

  어릴 적 업라이트 피아노로 간단하게 피아노를 익히고 신디를 통해 한 두곡 추가로 익힌 것 말고는 특별히 피아노와 연이없던 제가 'Nobody'(김동률)에 꽂혀서 결국 디지털 피아노를 한 대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피아노가 땡기는 건 새벽인데 그 뽐뿌를 항상 해소하지 못해서 아쉬웠었기에 약 1년가까이 고민하다가 'Nobody'에 이어 'Jenga'(헤이즈) 연타가 터지고, 적금이 만료됨이 결정타로 작용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피아노 구입을 위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하는 과정 중 워낙에 많은 모델이 있다보니 저도 참 고민을 많이 했던 터라 후에 구입하시는 분들의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어 이렇게 포스트를 작성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악기가 그렇듯 디지털 피아노 역시 '돈 값'합니다.


  100만원대 중에서 130-40만원가까이의 성능을 내는 다크호스 녀석이 있을지는 몰라도 200만원에게 한 방 먹일 정도로 숨은 진주는 없다는 거죠.

  사실 위에서 말한 일부 다크호스들도 개인의 취향을 반영했을 때의 결과라는 것이지 결국 100만원 중 취향에 딱 맞는 녀석을 가져와도 어지간해선 200만원을 이기긴 힘듧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재미있는 점이 200만원대 까지는 그 가격대의 힘이라는 것이 절대적인데  이걸 넘어가면 그 뒤는 정말로 1000만원을 이기는 3-400만원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구요.

  300만원 대 정도에 돌입하게 되면 기본적인 체면은 차린 셈이고 그 이상의 스펙은 A, B, C라는 취향을 저가였으면 맞추지 못했을 비용마저 감당할 수 있게 되어, 다양한 계층을 공략한다는 가격설정이 꼭 절대적인 우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거죠. 비유를 하자면, 삼성 겔럭시 최신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핸드폰이지만, 소위 말하는 명품폰들이 더 떨어지는 스펙에도 불구하고 보석과 기타 고객서비스 제공을 통해 가격을 수배로 더 받는 모습들이 와닿으실 것 같습니다. 물론, 예시가 완벽히 부합하는 건 아지만, 적어도 700받아도 될 피아노에 기타 장식과 편의사항, 추가 음원 등이 붙어서 1000만원이 되는 현상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가격대를 찾으시기 위해서 우선은 피아노를 직접 쳐보셔야 합니다. (한번도 피아노를 배워보지 않으신 분들에 대해선 뒤에 다시 서술하겠습니다.)

그리고 쳐보신다면 몇가지 요소에 입각해서 살펴보셔야 할텐데

0.가격
1.디자인(은근히 매우중요)
2.타건감(터치감도, 벨로시티, 건반잡음)
3.음색
4.타건감(건반의 질감, 필요압력)
5.배송 및 AS
6.기타 세부 옵션제공여부
7.가격


정도가 되겠습니다.
위의 기준에 순서를 매긴 기준은 중요도라기보단, 값싼 모델일 수록 앞에서 미리 걸러지도록 짰습니다. 단적인 예로 10만원 짜리 키보드는 감도세분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누르면 그 음 하나입니다.

0.가격 
대략적인 내 총알을 확인해보고 얼마 정도 투자하겠다 마음을 먹습니다. 적어도 100만원은 생각해주시길 추천드립니다. 번호가 0번인 이유는 밑에서 다시 적겠습니다.

1.디자인
디자인 말씀안드려도 다들 제일 먼저 보실텐데 굳이 강조한 이유는 원하는 색상을 가게에 직접 가셔도 다 볼 수 없다는 점 입니다. 웹에서 보시는 색상은 카메라 필터효과가 적용되서 실제와 다르게 보일 수 있으니 직접 보시되, 가게에 당장 전시가 되어있지 않다면 구입을 희망하시는 회사의 다른 모델 같은 색상이라도 직접 보고 결심하시길 바랍니다.

2. 타건감(터치감도, 터치커브, 벨로시티, 건반잡음)
타건감이 의외로 따질 구석이 많습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건 소리겠지만, 연주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입력을 담당하는 것이 건반이다보니 절대 간과하셔선 안 될 부분입니다. 잠깐 용어정리를 하겠습니다.

터치감도 : 주로 Hard2/Hard1/Medium/Soft1/Soft2/Fixed 과 같이 표현되어있는 음원을 디지털적으로 세분화한 정도를 말합니다.


터치커브 : 타건의 강약에 따른 소리의 변화를 말합니다. 연주자의 감정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고가형으로 갈 수록 '단계'의 의미가 사라질 정도로 세분화됩니다.

벨로시티 : 원음을 셈플링할 때 세분화한 정도를 말합니다. 애초에 강하게 쳐서 나는 음과 평범하게 친 음을 볼륨을 높인 음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카메라로 치자면 밝기가 어두운 사진을 포토샵에서 아무리 밝기를 올려봤자 절대 원본 화질을 따라갈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터치감도는 저가형 브랜드도 비교적 쉽게 따라갈 수 있지만 벨로시티는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건반잡음 : 소리를 끄고 연주했을 때 건반이 움직이면서 나는 잡음을 말합니다.(정식용어는 아닌데 다들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라 제가 임의로 추가했습니다.) 단순히 연주말고 소리를 끄고도 한 번 연주해보시면 각 가격대별로 확연한 차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약 200만원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어느 브랜드든 이 잡음은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까지 대부분 사라집니다.

위 사항들을 고려하실 때 본인이 '단순히 건반만 두드려보고 싶을 뿐이고 노래방 기계에서 나는 음악 정도도 만족한다.' 하시면 감도와 벨로시티가 낮은 피아노를 사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음원의 피아노소리에 감명을 받았다.'하시는 분은 직접 쳐보지 않고 감도와 벨로시티가 낮은 제품을 구입하시면 무척 실망하시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 차이는 구글번역기에서 읽어주는 소리와 실제 사람이 발음하는 것과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여 좋은 타건감의 제품을 구입하고 싶으시고 손으로 잘 모르시겠다면 이 제품은 벨로시티 샘플링이 몇단계로 되있는지 물어보시면 좋습니다. 터치감도&터치커브는 높고 민감해도 벨로시티가 낮을 수는 있어도 절대 벨로시티가 높은데 터치감도&터치커브가 낮거나 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질문하실 때 헛깔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3.음색 
  음색은 회사마다 다른데, KURZWEIL(영창)을 제외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TJ노래방의 음원칩을 이용한다고 하니, 100만원이하 국내 제품을 고려하신다면 굳이 발품팔지 마시고 하나만 샘플로 들어보시고 맘에 안드시면 총알을 더 장전하시길 추천드립니다...

  150만원대 정도부터 회사별 특징이 있는데 YAMAHA → KURZWEIL → ROLAND 순으로 더 남성적인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사실 KURZWEIL은 워낙 저가형 모델도 좋은 음원을 쓰고, ROLAND는 애초에 100만원대 이하 모델이 없다시피해서 YAMAHA의 치밀한 라인업으로 인해 생긴 관점이긴 하지만) 감미로운 음악을 원하신다면 YAMAHA를, 드라마틱한 박력을 추구하신다면 ROLAND를 사시는게 아니라!
  먼저 시연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게 실제에 더 가깝냐, 재현을 잘했냐 라는 관점에서는 메이커를 떠나 비싼게 더 좋습니다... 직접 매장에 가시기 어렵다면 유투브에 시연영상이 많으니 꿩대신 닭으로 들어보셔도 좋지만, 마이크에 입력할 때 소실되고, 스피커로 출력할 때 소실되는 영향때문에 실제로 듣는 걸 따라가진 못합니다.

4.타건감(건반의 질감, 필요압력)
  2번에서 말씀드린 타건감은 수치에 따른 스펙으로도, 즉 서면으로도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지만 4번은 직접 느껴야 본인에게 맞는 모델을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음색과 마찬가지로 각 회사별로 추구하는 타건감이 있어서 꼭 직접 쳐보시길 바랍니다.

5.배송 및 AS
  배송은 언제오는지, 낮에 상주할 수 없다면 저녁에도 되는지, 주말에도 되는지 등 확인한 번 해보시고, 각 브랜드 별 무상 AS기간과 기준에 대해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6.기타 세부 옵션제공여부
  가격대가 높아질 수록 쓸대없는 기능이 많은 경향이 있고, 국내 저가형 브랜드에서 가격을 올릴려고 이런식의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으니 필요한 기능이 탑제되어있나 뿐만 아니라 쓸대없는 기능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도 한 번 확인해주세요.

7.가격
  이제 다시 가격을 조절해봅시다. 위의 과정을 거치시면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올라가야 만족스러울 것 같다. 혹은 이정도도 괜찮겠다 하고 감이 오실 겁니다. 확신이 서신다면 그대로 구입하시면 되겠지만 조금 더 좋은 기능을 저렴하게 사야만 하는 경우라면 몇가지 팁이 있습니다.

1. 중고제품을 구입한다.
2. 각 쇼핑몰 별로 다시 확인한다.
3. 제휴카드 할인을 확인한다.
4. 같은라인업 전 시리즈를 찾아본다.
5. 
병행수입제품을 알아본다.

가 있습니다.


  1번과 4번과 같이 제품 자체가 변동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신다면 가능한 한 다시 꼭 그 제품을 테스트 후에 타협을 지으시길 바랍니다. 가격이 가벼운 것이 아니라 환불도 까다로울테니 말이죠.

  중고는 보통 75%근처에서 생각하시면 될 것 같구요, 구매 전 판매자가 파악된 문제점을 전화로 모두 확인하신 후 이 후 보고되지않은 문제점 발생시 판매자가 수리비용 지불한다는 내용을 녹음 또는 계약서 비슷하게 꼭 만들어 두시고 사시길 추천드립니다.

  4번을 이용하실 경우 제가 살려고 하는 CLP-645를 예로 들자면 작년도 모델인 CLP-545가 되겠네요. 실제 가격은 545가 280이었고 645가 260으로 오히려 떨어졌는데, 545 병행수입 제품과 가격비교를 하면서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분들 말씀이랑 기타 사양등을 보니 645로 저는 결심했습니다만.. 실제로 쳐보실 기회가 있다면 쳐보고 만족하시면 전모델도 괜찮겠죠. (진짜 제대로 검소해지실려면 동 라인업대 전 시리즈 제품을 중고로 구입하시는 것도...)

  쇼핑몰 별로 확인하는 건 오프라인 매장은 발품을 파는 걸 말하지만 사실 오프라인에서 발품팔아봤자 별 차이 없습니다. 현금가를 제시한다고 해도 다나와 최저가 기준 말고 특별히 가격이 더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11st, Gmarket, Auction, Danawa 등에서 원하는 모델을 검색하시고 최저가격순을 이용하시면 할인행사하는 업체를 찾으실 수도 있습니다. 이상하게 가격이 낮다 하시면 직접 전화해서 가격이 낮은 이유를 물어보시면 더 확실하겠죠.

  그리고 제휴카드 할인이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최대 15%까지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더군요. 꼭 한번 알아보세요. 이벤트 성으로 하다가 안하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다면 천천히 알아보면서 자주 들러보시는 것도 좋구요.

  병행수입은 개념이 생소하신 분들도 많을텐데. 일단 병행수입이 불법은 아닙니다. YAMAHA소개 페이지에서 정품이 아니라면 사지말라고 하는데 거기서도 불법이라고는 하지 않구요, 다만 YAMAHA를 예로들자면 부품이 다르거나 무상 AS기간이 보장이 안되기에 소비자가 불편할 수 있긴 하지만 적어도 YAMAHA에게 손해를 입히는 수익구조는 아니라는 거죠. 무상 AS기간이 지난, 상품이 생산되고 1년이 지난 뒤에는 수리를 해주긴 합니다만, 부품이 안맞을 경우 구입하셨던 곳이나 다른 수리업체를 통해야하기 때문에 꾸준히 귀찮을 수 있습니다.(이걸 쓰고있는 입장에서 이런소리하는게 웃길 수 있지만 아직 피아노를 사지않아서:D 다른사람이 하는 말을 참고하자면 디지털 피아노는 보통 수명을 10년정도로 생각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주변 분들을 보면 20년 가까이 쓰시던데.. 관리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모델추천
  가격대비 효율이 좋은 저가형 모델은 YAMAHA P시리즈가 전반적으로 호평이라고 합니다. 100만원 근처에 분포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200만원대를 따라잡긴 힘든게 악기라.. 메이커로 보자면, 전문 피아니스트가 아닌 분들은 국내에 발을 깊게 내린 KERZWEIL이나 YAMAHA가 상품 접해보기도 쉽고 사후처리도 좋아서 편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넌 뭘사기로 했니
  전 CLP-645사기로 했습니다. 다른 회사 제품은 오프라인에서 200만원대 넘어가면 실제로 쳐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타건감도 YAMAHA는 너무 부드러운 감이 있다고 해서 쳐봤는데, 전 실제 피아노로 처음에 익히기도 했고 컴퓨터 만질일이 많아 손가락도 너무 쓰면 피곤해져서 부드러운게 좋다고 생각해서 샀습니다. YAMAHA 전문매장에서 600만원대인 685도 쳐보긴 했는데, 그랜드 피아노의 타건감을 그대로 옮겼다는 느낌이 저에겐 너무 둔탁하게 느껴지더군요. 685쳐도 전 645가 제일 좋았습니다. 그 밑에 시리즈는 기계음이 많이 느껴져서 못치겠더라구요. 건반의 덜거덕 거리는 소리도 크고. 다른 회사 제품들도 위의 타건감과 동일한 이유로, 100만원대 선에서 비교했을 때 전 야마하에 손을 들었습니다.(이래서 직접 쳐봐야!)

  부족한 내용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다만 제 수준에서 결론 내린 과정을 우선적으로 빠르게 정리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올려봤어요. 제가 정보를 얻은 부분에 보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서요. 틀린부분 마음껏 지적해주시고 고쳐주세요~!

18
댓글 19